RESEARCH HIGHLIGHT

연구는 진행 중

퇴임 소감 역사보존위원회
공선영 국립암센터

안녕하세요?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재직 중인 공선영 입니다. 작년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큰 상인 학술상을 받아 그 감개무량함은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기회에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고 진행해 왔는지 소개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던 중에 진단검사의학회 e-뉴스레터에 글로 인사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후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국립암센터를 ‘병원’으로 떠올리는 분도 많고 제 근무처를 말씀드릴 때마다 공무원이니 좋겠다고 말씀 주신 분도 많았는데 사실 저희 기관은 국공립연구소에 해당됩니다. 국가의 감시를 받고 전체 예산의 편성도 승인 받지만 연구소와 국가암관리 사업본부 예산 외의 병원은 자체 운영하는 형식으로 산하 대학원대학까지 네 개의 부속 기관이 있습니다. 병원 업무를 하는 저희 전문의 들도 발령 받을 때 의사직 또는 연구의사직을 결정하게 되는데 제가 처음 발령 받을 당시 연구의사직으로 임용이 되었고 기관의 기관고유사업이 있다 보니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연구에 첫 발을 담그게 되었습니다.

2005년, 책임연구자로 처음 연구계획서를 써보고 신청하는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싸이토카인과 SNP을 확인하여 예후 관련성을 보고자한 연구로 당시에는 원장님께서 꼼꼼하게 연구자들의 연구 계획을 다 체크하시던 시절이라 많은 지적과 좌절 끝에 겨우겨우 승인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연구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연구원을 고용해 보고, 실험이 맘대로 안 되고 한마디로 연구비를 날리는 경험들을 하면서 또 겨우겨우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시기 병원에서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환자들의 유전 상담을 시작해 달라는 요구가 유방암센터에서 있어 처음에는 협진이 오면 입원하신 병동에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하고 검사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하다가, 의뢰 건수도 점점 늘어 외래 공간을 애타게 찾아 구석 자리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유방암과 난소암 전문의 선생님들과 교류도 늘어나고 공동 연구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 다발골수종 연구팀에서 연수를 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보고 진단검 사의학과에서 체득한 실험 기법 외에 기초 실험의 기법들을 연마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앤더슨 교수님 연구팀은 신약 개발사들이 신약의 실험을 많이 의뢰하는 곳이라 임상 전단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종류의 약물들을 접하고 이후 한국에 4-5년 뒤에 승인이 되서 환자분들께 치료제로 제공되는 걸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연수 이후로는 기존에 진행하는 유전성 암 관련 연구 외에도 암의 전이 기전 관련 연구를 시작한걸 계기로 환자 유래 동물 모델을 수립하면서 동물을 이용한 연구의 어려움을 뼈져리게 느껴보며, 현재 저희 연구실은 크게 암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와 순환 종양 DNA나 종양 표지자 등 말초 혈액의 바이오마커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훈련을 가장 많이 받는 전문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모든 종류의 검사가 연구의 기법인데 다른 과 선생님들께는 낯선 부분이고, 또 기초 연구를 잘 하시는 분들은 정도 관리의 관점이 약해서 양쪽을 다 겸비한 전문가는 찾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럼, 이렇게 탄탄한 경험을 쌓은 우리 과 전문의 선생님들중 어떤 분이 연구를 하면 좋을까요?

우선 호기심이 많은 분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연구비를 신청할 때는 거대한 연구 목표를 발표하곤 하지만 실은 작은 호기심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행정적으로 진행할 부분도 많고 요즘같이 연구원들 고용하기 힘들고, 학생은 더 힘든 시기에 즐거움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동 연구할 분들과의 교류를 세워 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해 보이는 실험도 실재 연구실에서 수립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보고서의 압박 속에서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공동 연구들은 실패로 끝나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열 번 중 한 번 정도 좋은 관계로 지속적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젊은 연구진들께서 가장 많이 질문하시는 연구비를 어떻게 잘 확보하냐는 질문에는 비기를 공개하 겠습니다. 많이 시도해 보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된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한거라고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신청을 하다보니 심사원으로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심사를 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계획서를 볼 기회가 주어지고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 신청해서 가끔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올해 많은 분들이 연구비 삭감을 경험하면서 예정된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있으실 걸로 압니다. 저도 1월에 분노, 좌절이 휘몰아쳤는데 이 글을 쓰면서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먼저 전공의 꼬꼬마 시절 저의 석사학위를 지도해 주신 이화여대 이미애 교수님, 이남용 교수님, 박사학위를 지도해 주신 김종원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그분들께서 주신 여러 기회들로 연구가 어렵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국립암센터와 다른 대학의 많은 공동 연구진들께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유방암, 췌장암 연구팀 선생님들과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함께하면서 늘 배움의 기회가 주어져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인연을 맺었던 학생들, 연구원들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진단검사의학과 선생님들 모두 2024년 건강하고 희망하시는 일들 성취되는 풍성한 한해가 되시길 바라면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