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oratorian Interview

두 마디, 진검과 정밀의료

학술대회 스케치 Trend and Technology

윤지훈 (Jihoon G. Yoon)

서울과학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2)
세브란스 병원 인턴, 레지던트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2017)
연세의대 약리학 교실 조교, 연구 강사
Harvard Medical School, Boston Children’s
Hospital, Research Fellow
Broad Institute, Associated Researcher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전임의

이번 인터뷰에서는 주니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이색적인 길을 걷고 있는 한 분을 모셨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전임의로
근무중인 윤지훈 선생님으로 정밀의료와 유전체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가 봤을 법한 블로그 ‘두마디 정밀의료’ (http://2wordspm. wordpress.com)의 운영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진검 전문의로서 생소할 수 있는 이력과 업무를 하시는 분에게
여러 궁금한 점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1. 현재의 업무와 연구
먼저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두 마디로 본인을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우선 이렇게 진검 뉴스레터를 통해, 여러선생님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매우 반갑고, 영광입니다. 저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bioinformatician으로 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의 역할을 하고 있는 윤지훈이라고 합니다.

현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에서 근무 중이십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과 명칭이라 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리며, 선생님께서는 어떤 업무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환자를 직접 만나시는지, 진단뿐 아니라 추적 관찰 시에도 지속적으로 관여하시는지, 임상유전체의학과에 소속된 교수님 외 다른 임상과와 조율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등)

임상유전체의학과는 서울대병원에 2021년 3월 신설된 임상 진료과입니다. 진료 현장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유전체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여,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환자별 맞춤 치료 (personalized medicine)를 위해 다학제적 통합이 더 중요해지고 있어서, 저희 과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진단검사의학과, 생명정보학 전문가 등 다양한 과의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겸무교수 제도를 통하여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매우 다양한 임상진료과 뿐 아니라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분야와도 지속적으로 협업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로는 유전 질환이 의심되는 어린이와 성인 환자의 외래 진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진단 및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적절한 해석,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침 결정 등을 아우르는 진료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관여하고 있습니다. Routine Work-up에서 해결이 안되는 미진단 케이스들에 대해서는 exome, genome, transcriptome 기반의 유전체 데이터 재분석 및 고급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단에 도움을 주는 진료 및 연구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의 진료뿐 아니라 가계 상의 가족 구성원들의 cascade screening과 유전 상담 및 자녀 계획을 위한 산전 진단도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특히 유전 질환 환자 가족들은 next-baby planning에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양한 과와의 보드 미팅을 통해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임상유전체의학과 소속의 정밀의료센터에서는 암 환자의 tumor profile을 해석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표적치료가 가능한 약제가 있는지 판독하는 업무도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병리과 및 혈액 종양내과, 다양한 종양 관련 외과 등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연구 혹은 성과 중에서 학회원들에게 소개할 만한 내용을 하나 부탁드립니다.

우리과 채종희, 문장섭 교수님께서 소아와 성인 희귀 질환 환자들의 대규모 코호트와 유전체 엑솜 데이터를 구축해 놓으신 덕분에, 저는 올해 임상유전체의 학과로 오면서 5천명의 한국인 희귀질환 코호트의 엑솜을 분석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이용하여 희귀 질환과 관련된 신규 유전자 (novel gene discovery)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오랜 시일이 걸려서 최근에서야 어느 정도 후보 유전자들의 발굴을 위한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발굴한 후보 유전자들을 현재이건희 소아 암, 희귀질환 극복 사업을 통해 functional core 연구자 분들과 함께 functional study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두증 (microcephaly) 환자 코호트를 이용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신규 후보들을 포함한 약 50개 정도의 연관 유전자를 발굴하였고, 재미있는 preliminary result를 얻게 되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현재 KAIST의 윤기준 교수님 팀과 공동 연구로 brain organoid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연구도 상당히 재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외에도 sensorineural hearing loss (SNHL) 환자에서 진행한 유전체 연구도 최근에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운이 좋게 3대에 걸친 매우 큰 가계도와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최근에 결혼을 하면서 2세를 계획하기 위해, 임상유전체의학과 외래로 방문했습니다. 명확한 원인 유전자가 확인이 안된 상황에서 연구목적으로 exome 및 genome sequencing, longread sequencing을 이용한 epigenetic analysis에 이르는 매우 광범위한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imprinting 기전과 관련되어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신규 유전자 후보를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된 연구는 잘 마무리하여, 추후에 논문으로 정식으로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환자도 기뻐하고, 연구자로서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Brain organoid

2. 현재의 이력을 갖게 된 배경
진검 수련 과정 중에 현재의 이력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꼽자면 어떤 것인지요?

진단검사의학과 수련 과정은 상당히 넓은 분야와 관련된 임상 검사들을 모두 경험해보고, 깊이 있고 폭넓게 공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generalist와 specialist의 소양을 모두 키워주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임상현장에 도입이 필요한 다양한 최신 기술과 기법을 가장 최전선에서 접하고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유전체 분석 기술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박사 과정을 통해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하면서, 현재와 같은 이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다수의 전문의와 다르게 수련 후 약리학 교실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초 연구실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었는지요?

당시 보드 취득 이후에 군복무를 해야 했습니다. 선배들로부터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체 복무를 하면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범용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약물 유전체학 (pharmacogenomics)에 관심이 생겼었는데, 마침 약리학 교실 이민구 교수님 연구실에서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계셔서, 약리학 교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민구 교수님 연구실은 wet lab 위주로 운영되어, NGS와 관련된 bioinformatics는 주로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도 당시에 공부했던 내용들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bioinformatics를 독학으로 공부하는 것이 어렵긴 했으나,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실험 테크닉과 bioinformatics 분석을 모두 경험한 것이 현재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3. ‘두마디 정밀의료’ 블로그 관련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실린 글 중 학회원들이 재미있게 읽으실 만한 글을 한편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글을 연재하거나, 홍보 또는 금전적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박사 학위 과정을 통해 유전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너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구글링을 해도, 생각보다 쉽게 잘 정리된 유전학과 관련된 정보들이 없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공부하는 김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한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블로그의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웹 형태로 오픈된 저의 연습장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알고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인맥이나 커뮤니티가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혹시 블로그 조회수나 방문자 수가 높아지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도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하면,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광고를 넣으면 배너 클릭 횟수에 따라서 부수입이 생기긴 하는데, 저는 광고가 그렇게 내키지 않아서 블로그 조회수나 방문자 수가 높아져도 딱히 좋은 점은 없습니다. 블로그를 만들게 된 이유도 그렇고, 블로그를 통해서 인맥을 맺거나 커뮤니티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터라, 특별히 재미있었던 일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스팸이나 이상한 문의들이 많이 와서, 블로그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끝으로 정밀의료의 앞으로의 방향과 선생님의 연구/진료 철학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은 자유 주제).

최근에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의 사건을 다룬 드라마 ‘드롭 아웃’을 재밌게 보았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의 여성 스티브 잡스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피 한 방울로 수많은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가 모든것이 사기 행각으로 드러났던 사건에 대한 드라마입니다. 테라노스의 이야기는 진단검사의학과가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고,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쪽 분야에서는 근본이 되는 과학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고 감성에 호소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던져줍니다. 더불어, 이러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올해부터 임상유전체의학과에서 진료 활동에도 참여를 하다보니, 내가 하는 일들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해악을 끼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 검사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미치는 개인적, 사회적, 윤리적 의미들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할거리들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유전체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하는 시대에 우리 의사들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밀 의료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의사로서 정직하게,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와 진료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드라마 the dropout

인터뷰 기획 및 진행
간행홍보위원 문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