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중앙검사의원 원장
1. 진단검사 기술의 발전 역사 진단검사의학은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여 의료의 핵심요소가 되었다. 진단검사가 고유한 학문적 영역을 구축하고 현대 의료에서 뚜렷한 업무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관련 학문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의 도입 덕분이다. 이들 새로운 검사법으로 질병예방, 건강위험인자 확인, 질병 진단, 치료법 개발, 치료법 선택, 질병예후와 치료효과 판단 등 의료행위의 단계별 의사결정에서 가정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에서 진단검사의 활용은 기원전부터 기록으로 확인 되었다. 6,000여 년 전 중동의 슈멜인과 바빌로니아 인들은 요 관찰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고 BC 400년경 요는 체액이 신장에서 걸러진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은 AD 2C에 갈렌에 의해 요는 혈액이 걸러진 것이라고 정정되었다. 당뇨에 개미가 모인다는 것은 BC 100년에 페르시아 인이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것들은 관찰에 의한 지식의 축적일 뿐이었는데 드디어 7C에 T.Protospartarius가 요를 가열하여 단백뇨를 확인하는 진단검사 신기술을 탄생시켰다. 페르시아의 Ismail이 24시간 요를 모으기를 시작한 것은 신기술이라기 보다 좀더 신뢰할 수 있는 검체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12C 불란서에서 요 관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안한 ‘Matula’라는 유리병은 획기적인 신기술로 평가할 수있다. 이는 근세 의료인의 상징 휴대품인 청진기보다도 더 널리 이용된 중세시대 의사의 상징 의료기였다.
그 당시 Matula가 ‘원격의료’라는 논쟁을 불러왔었다는 것은 최근의 IT기술에 의한 ‘비대면 진료’ 논쟁과 같은 맥락이었다.
중세 르네상스 후 현대까지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과학 발전을 기반으로 탄생되어 진단검사의학발전의 기초가 된 신기술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몇 가지 핵심 측정기술과 관련 기술들은 표 1 과 같다.
표 1진단검사 주요 측정 기술과 유관 의료기술
형태관찰 |
염색법(Gram stain, Wright-Giemsa, H&E, Ziehl-Neelson) 현미경(TEM, SEM, CAT, 초해상 형광현미경, AFM, LS-R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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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법 |
광도측정, 전위측정, 입자계측, 질량분석(LC-MS/MS, ICP-MS, NMR spectrometry), 면역분석(응집법, 침강법, RIA, FIA, EIA, CLIA) |
세균 동정 항생제 내성검사 | 자동화 동정장비, MALDI-TOF, 유전자분석 |
분자 진단법 | 재조합DNA기술, 제한절편길이다형성(RFLP), 중합효소사슬반응(PCR), DNA microarray, 차세대유전자염기서열분석 (NGS), CRISPR |
ICT관련 기술 접목과 검사 자동화 | DB, 네트워크,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ML),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microfluidic-based와 smartphonebased lab-on-a-chip(LOC), micro total analysis system(uTAS) 검사정보시스템, 검체관리 자동화시스템 |
검체 관련 신기술 | 단일세포분석, 순환 암세포DNA(ctDNA) 검체관리AI, 호기분석 |
이들 신기술의 발전 과정을 요약하면 현미경을 이용한 형태관찰로 시작하여 전통적인 화학반응과 전기, 전자 기술을 이용한 측정법, 면역측정법, 질량분석법, NGS를 비롯한 분자진단법, 검사의 자동화 등이 현재의 진단 검사 기법이다. 이들 검사 기술에 ICT기술을 추가하여 컴퓨팅, 네트워크, 자동판독시스템, 미세유체공학과 Smartphone 기술을 접목한 POCT 와 μTAS, 이들 검사 기술의 활용을 관리하고 결과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기계학습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에 의한 건강과 질병관리 플랫트폼 구축하여 현대의료의 핵심 요소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2. 21세기 초 진단검사 신기술들의 현주소
진단검사의 다양한 기술 중에서 핵심기술은 측정법과 현미경 그리고 ICT 기술이다. 측정법 중에서는 면역 측정법과 분자진단법, 질량 분석법이 업무 범위나 정확도에서 단연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단클론 항체의 개발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면역 측정법은 현재 ELISA와 CLIA 법이 대세이다. 이들의 민감도는 ELISA가 10 -9 g, CLIA가 10 -15 g ECLIA는 10 -18 g 일 정도로 미량 물질 분석이 가능하다. LC-MS의 측정 한계는 0.741ng/mL이다. 이들과 NGS등 유전 체검사를 활용하면 단백체학(proteomics), 대사체학 (metabolomics), 유전체학(genomics)의 대상물질의 측정이 가능하여 현대 첨단의학에서 추구하는 유전 질환, 환경오염, 암 진료와 관련하여 맞춤형 정밀 의학 진료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이들 검사법은 단일 세포분석에도 적용하여 mitochondria의 특정 기능 분석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과 세포의 형태와 기능을 직접 확인하는 데는 현미경이 지난 500여 년간 큰 기여를 해왔다. 현미경 분야는 EM, 고해상형광현미경, 저온전자현미경 등으로 3회의 노벨상을 받았을 정도로 과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고 1665년 레벤후크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한지 450년이 지난 현재는 현미경으로 원자모양이나 DNA 분자의 작동까지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한국 기초과학 연구원에서 두개골 안의 신경망을 자체 개발한 LS-RMM (Laser Scanning Reflection Matrix Microscope)으로 관찰하였다.
진단검사에 ICT 신기술의 도입은 속도나 영향력 면에서 경이롭게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검사실시 기록과 결과처리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도 1990년대 검사정보시스템 구축에 머물렀던 것이 현재는 검체 접수, 분류, 검사기기 관리, 시약 관리, 검사과정 모니터링, 정도관리(Delta check 포함), 결과 확인과 전달, 검사 통계 등 검사관련 모든 업무가 전산 관리되고 있다.
앞으로 ICT의 신기술(AI, 로봇, 딥러닝 등)과 의료 정보의 보안을 위한 블록체인기술이 접목될 것이다.
그러면 건강과 질병 관련 빅데이터를 갖고 있으면서 기계학습으로 일취월장하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학습되는 AI가 검사선택, 검체 채취 관리, 검사실시와 결과 확인 등 검사실의 모든 업무를 관리하고 검사결과를 환자와 공유 소통하는 등 진단검사 프랫트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3. 새로운 진단검사 기술에 대한 기대 급변하는 의료 기술을 보면 이를 뒷받침할 진단검사실이 앞으로 30년 후에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상상하기 어려우나 기대되는 신기술을 몇 가지 그려본다.
첫째, 진단의학검사 중, 소위 일상검사 결과의 활용을 극대화 될 것이다. CBC, 간검사, 신장검사, 요검사 등 흔한 검사들의 결과가 의료인 사이에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AI
활용 등으로 이들 검사 결과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활용을 극대화 시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CBC 결과와 말초혈액 혈구 형태 자동 판독 결과를 통합하여 AI가 그 진단적
가치를 높이면 결과 활용이 극대화되고 이는 의료의 질 향상 뿐 아니라 의료 전반의 파라다임을 경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일상검사 전반에 걸쳐 시도되어야 한다.
즉 진단검사 활용에도 신기술을 도입하여야 한다.
둘째, 휴대형 이식형 진단검사기기의 상용화와 이들의 결과를 AI 플랫트폼을 통한 관리와 활용이 일상화될 것이다. 특히 생체내 바이오센서를 활용한 웨어러블 검사기기의 개발로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검사가 확대될 것이다.
셋째, 치매 등 신경질환의 조기 진단 및 스트레스 등 정신 질환의 객관적 위험도 등 현재의 검사법보다 좀 더 신뢰성 높은 진단검사가 추가될 것이다.
넷째, 단일세포검사(single cell test)가 확대될 것이다. 액상 생검 (liquid biopsy)과 침생검으로 채취한 소수의 세포에서 유전체, 단백질, 대사산물, 공해물질, 중금속 등을 측정하여 건강 위험인자 발견, 유전질환 및 대사질환, 암 등의 조기진단 등에 활용 될 것이다. AFM현미경으로 자벌레처럼 움직이는 마이오신의 운동 양상을 관찰하고 프라스틱 파편을 적혈구막에서 관찰하면서 질병을 진단하게 된다면 이는 진단검사의 새로운 영역의 시작이다.
다섯째, 현재는 검사의 한계로 이하여 검사 할 수 없는 호흡의 호기 분석이나 땀, 타액, 환경오염물질이 축적 되는 복부지방의 화학 정밀검사법이 새롭게 개발될 것이다. 또한 기후의 변화 또는 전자파 등 물리적인 충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진단검사분야의 신기술이 필요하니까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다.
여섯째, DNA나 단백질, 지질의 양적변화와 함께 공간 구조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는 질병의 발생되기 전 최초의 변화로 화학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철(Fe) 같은 미량 금속은 극히 소량으로 인체에서 큰 역할을 한다. 인체가 가진 약 4조개의 적혈구에 필요한 철은 단지 4mg 뿐이다. 이렇게 미량이면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철이 산소 운반능 외에 무언가 공간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철결핍성빈혈 환자 의 다양하게 변화된 적혈구 형태를 보면 쉽게 상상이 된다. 인체의 수많은 단백질 등 물질들의 물리적 변화는 세포와 세포, 물질과 물질의 상호작용의 변화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질병의 발생을 일으키는 화학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 질병의 발생을 알리는 최초의 시그널이 될 수 있어 이를 잡아낼 검사기술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현미경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과 양자의학(量子 醫學, Quantum Medicine)이 임상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면 가시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진단검사실과 진단검사 의학 전문의를 비롯한 인적구성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단검사의학을 발전 시켜온 원동력은 신기술활용임을 상기하고 앞으로 나타날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최선을 다해 역량을 키우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4. 맺음 지난 150여 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진단검사의 신기술 경연을 살펴보았고 앞으로의 희망 사항을 더하여 전망하였다. 우리나라 진단검사의학은 지난 60여년 선진국들을 따라하는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우리의 창조적인 것들을 보탤 수 있는 여건이 쌓이고 있다. 아직 주요 기초과학의 측정기술들은 선진국에서 도입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진단검사실의 운용과 검사결과의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진단검사시스템 구축에서는 우리 것을 세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