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HIGHLIGHT

진단을 넘어 치료제 개발 연구를 향하여

LM TOPIC 역사보존위원회 기획연재

조 덕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2021년 운이 좋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간행홍보위원회에서
그간의 연구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소주제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ABO 아형과 cis-AB 형 군복무를 마치고 수혈의학 fellow로 근무를 막시작한 나에게 ABO 아형은 신기한 보물 상자 같았다. 다소 이상해 보이는 혈청검사를 유심히 살펴본 덕에 ABO*B3.06 (Cho et al., Vox Sang. 2004), ABO*BW.22 (Lee et al., Transfusion. 2014), ABO*AW.10 (Cho et al., Transfus Med.2005), ABO*cisAB.09 (Lee et al., Transfus Med. 2015), chimera (Cho et al., Immunohematology. 2006; Cho et al., J Korean Med Sci. 2007; Won et al., J Clin Pathol. 2013;Lee et al., Ann Lab Med. 2014) 등을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지면 관계상 cis-AB형 연구에 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Cis-AB 형은 cis-AB01 라는 하나의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와 동반되는지에 따라 10개 이상의 표현형을 나타낸다. 만약, O 유전자를 동반하면 거의 A2B3 형인데, A나 B 유전자를 동반하면 A1B3, A2B 이 흔하지만, A1Bx, A1Bel, AintB3 등 다양한 표현형을 보였다 (Cho et al., Vox Sang. 2004, Chun et al., Ann Lab Med. 2019). 심지어는 완벽한 A형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Cho et al., Vox Sang. 2003). Cis-AB 표현형이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검사실을 다소 혼란스럽게 한다. Microplate법 기반의 자동화 장비는 cis-AB형을 AB형으로 잘못 보고하는 사례가 많았다.

A사의 장비는 87.5%에서 B사에서는 70.0%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되었다 (Chun et al., Transfus Med Hemother. 2018). 연구 초기에 광주전남 지역 헌혈자 169,605명을 조사해보니, 생각하지도 못했던 흥미로운 것이 cis-AB형의 빈도였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cis-AB형이 가장 흔했다. 가장 흔하다고 믿어왔던 일본인에 비해 30배 더 많았다 (Cho et al., Vox Sang. 2004). 또 하나 재미 있던 것은 내가 경험한 수많은 cis-AB형은 모두 cis-AB01 유전자를 가졌고, 부모에게서 유전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학회 신희봉 교수와 함께 발견한 cis-AB형은 유전되지 않은 founder였다.
“엄마도 B형, 아빠도 B형인데, 발단자는 de novo mutation에 의해 세상에 처음 발생한 cis-AB09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A형 기반의 cisAB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 증례는 B형 기반의 cis-AB형이었다. 부모에게서 유전되지 않고 돌연 변이에 의해 처음 생성된 유전자! 참으로 신기 했다 (Lee et al., Transfus Med. 2015). 한편, ABO 유전자 검사법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해결 하지 못했던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수십개의 혈액형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NGS 검사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하여 혈청학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증례들의 해결 (Kim et al., Transfus Med Hemother, 2021) 및 그간 액손 6&7 분석으로는 규명할 수 없었던 일부 A 아형 및 B아형의 원인 유전자가 intron 1에 있음을 알게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Kim et al., Transfusion. 2022; Yu et al., Vox Sang. 2022).

DEL(1227 G>A, Asia type DEL)형 RhD 혈액형 연구는 2개의 증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듯하다. 우리 학회 김경희 교수는 “D 음성 환자에게 D 음성 적혈구 4 단위를 수혈했는데, 항-D가 발생했다는 증례”를 보고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공급된 혈액들 중 하나는 D 음성이 아니라 DEL(1227 G>A)형이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 용역 과제 (책임자) “국내 RhD 음성자 안전성 확보 방안”을 통해서 많은 사례를 추가로 확인하였다.
극소량의 D 항원을 가진 DEL형을 정확히 진단 하려면 RHD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인데, 한국인의 RHD 유전자 변이의 빈도가 서구인과 다르다.
이에 독일 팀과 함께 한국인에 적합한 RHD 유전자 검사 프로토콜을 개발하였다 (Luettringhaus et al., Transfusion. 2006). 또한, RHD 유전자 검사의 적응증 연구 (Chun et al., Transfus Apher Sci. 2020) 및 RhCE 표현형검사를 활용 하여 실용적인 검사 알고리즘을 제시하였다 (Seo et al., Vox Sang. 2016; Choi et al., Ann Lab Med. 2018).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또 다른 증례는 “D 음성 환자에게 D 양성 혈액을 수혈했는데 항-D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 (박 등, 대한수혈학회 지, 2006).”였다. 물론 환자의 면역력에 따라 발생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D 항원에 노출된 수많은 중국인 산모들이 모두 항-D가 발생하지 않음이 중국 팀에 의해 NEJM (Shao, NEJM. 2010) 에 보고되었는데, 이 논문을 본 순간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그 증례를 다시 리뷰하게 되었다. DEL형은 극소량의 D 항원이지만, 완벽한 epitope을 가진 D 항원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 환자의 면역세포는 D 항원을 만나도 항-D를 만들지 않는 듯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DEL (1227G>A)형 환자에게 많은 D 양성 혈액을 수혈했지만, 항-D는 발생 하지 않았다 (박 등 대한수혈학회지, 2006; Choi et al., Ann Lab Med. 2019). D 양성 혈액을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는 RhD 변이형은 Weak D 1, 2, 3형인데, 서구인은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한국인은 거의 없다 (Chung et al., Blood Transfus. 2021). 이러한 내용은 수혈가이드라인 (제5판 수혈가이드라인, 2022)에 반영되었다. 한편, 초응급상황인 경우에 수혈 전 검사를 모두 생략하고 수혈할 수 있는 universal blood (적혈 구는 O형, 혈소판과 혈장은 AB형)에 대해 과거에는 D 음성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용역과제(책임자)를 통해 발간한 응급수혈 표준업무 안내서에서는 D 양성 혈액을 기본으로 하였다. 한국인의 D 음성 빈도를 고려 하면 위험보다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NGF (next generation flow cytometry) -MRD (minimal residual disease) 현재 병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마냥 하고 싶은 연구만을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다소 관심도는 떨어지더라도 임상의사들이 요구하는 진료에 필요한 연구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병원에서 혈액은행 업무 외에도 혈액종양의 유세포분석 판독업무를 맡고 있는데, NGF를 통한 MRD 검사에 대한 임상의사들의 요구는 강력했다. 기존 유세포검사와 달리 MRD의 검출 민감도를 0.001%로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검사 과정도 복잡하고 판독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NGF에 의한 acute B-cell lymphoblastic leukemia (B-ALL) 환자의 MRD와 multiple myeloma (MM) 환자의 MRD를 삼성서울병원에 set up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MM환자에 대한 MRD 검사는 정확하고 빠르며 효율적인 검사로 판단되었다.
임상적인 유용성을 한국인 대상으로 증명하였고 (Kim et al., Ann Lab Med. 2022), 최근에는 하나의 튜브에 10 colors로 구성된 형광항체를 사용하는 B-ALL MRD도 set up하여, 현재 NGS와 비교 분석 중이다.

NK cell & CAR-NK cells 세포치료는 수혈의학 (수혈분과)의 새로운 분야인데, AABB의 명칭도 변경되어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Blood & Biotherapies 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ALM 학회지 세부 분야도 2022년부터 transfusion에서 transfusion and cell therapy로 바뀌었다. 약 15년 전 미국 혈액학회를 다녀온 한 선배가 NK cell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고 이 분야 연구를 추천했었고, 나도 한편의 논문 (Imai et al., BLOOD, 2005)에 감동을 받아 생면부지의 Campana 교수에게 2년간 연수(2007~2009년)를 갔었다. K562-41BBLmbIL15라는 세포주로 NK cell을 대량으로 증폭 하는 기술과 anti-CD19 CAR-NK cell 연구를 경험하게 되었다. 귀국 후 나는 소규모 실험실을 만들고, NK cell assay 개발 (Park et al., ACS Sens. 2021; Kim et al., Front Immunol. 2020)과 함께 K562-OX40L (Kweon et al., Front Immunol. 2019)와 K562-OX40L-mbIL18-mbIL21 (Thangaraj et al., Cancer Immunol Immunother. 2022)을 활용한 독자적인 NK cell 증폭시스템을 개발 후 특허를 내고, 몇개의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였다. 한 기업은 이기술로 증폭된 NK cell을 간암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고, 다른 기업은 CAR-NK cell 치료 제를 개발 중이다. 연구실에서는 NK cell 증폭의 기전, 증폭법 개선 및 임상적 활용을 위한 연구 등 (Phan et al., Hum Immunol. 2017; Koh et al., Ann Lab Med. 2022)과 여러 암에 적용할수 있는 항암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Oh et al., Cancer Cell Int. 2017; Kim et al., Anticancer Res. 2018; Thangaraj et al., Cell Mol Immunol. 2021). 최근 CAR-T cell 치료제가 임상에 뛰어난 치료성적을 보이고, 보험급여도 되어 환자 몸 속 T 림프구를 채집하기 위해 헌혈실(apheresis unit)이 매우 분주하 다. 그런데, 최근 CAR-T cell 치료제의 고비용과 심한 부작용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CAR-NK cell 치료제 개발을 시작한 연구팀과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의 실험실도 최근에는 CAR-NK cell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언제가는 CAR-NK cell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여 임상에 사용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맺음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회원은 검사키트 성능 평가에 전문가다. 관련하여, COVID-19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학회가 관련 전문가 단체로서 큰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어서 무척 자랑스럽다. 또한, K-진단 키트가 국제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회원들이 진단 kit의 평가 뿐 아니라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더 나아가 학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최근 추세를 생각해보면 진단 kit개발 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도 우리 곁에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