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소감

감사 그리고 소망

COVER STORY LM TOPIC

1982년 3월 부터 서울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그 때는 임상병리과)에서
진단검사의학 전공의과정을 시작하여 2021년 8월 까지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를 거쳐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근무한 기간이 거의 40년(39년 7개월)입니다.

진단검사의학을 공부하고, 검사하고 연구하였던 40년이 쏜 살 같이 지나갔습니다. 정년을 보내면서 “감사”를 전하고 싶고 “소망”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학회는 초창기 부터 여러 스승님들(김기홍, 이삼열, 김상인, 강득용, 김재식, 김순호, 김정숙, 조한익, 지현숙, 이갑노, 박명희, 권오헌, 손한철, 김대원, 최태열, 양동욱, 박종우 선생님…)의 개척 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스템을 잘 갖춘 모범적인 학회로 출발하여 성장하였습니다.

2014년 제정된 미션, 비전과 핵심가치가 우리 학회의 목표를 명확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학회에서 부러워하는 바와 같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빠르고 지혜롭게 대처함으로써 검사 수가를 확보하여 각 병원에서의 진단검사의학과 위상을 확보하였습니다.
전문 분야별로 전문 분과를 두고, 분과위원들이 공부하고 발표함으로써 그 분야의 최신 지견과 희귀한 지식들(가이드라인, 중요 토픽, 희귀한 증례보고…) 을 심포지움과 워크숍을 통하여 학회원들에게 전달 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리 학회의 우수성과 매 회기 임원들의 단합과 노력이 현재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로서의 저를 키워준 원동력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조금 후회되는 것은 후배들을 위하여 우리 분야의 international network 형성에 좀 더 애를 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고,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후배 및 동료들과 좀 더 돈독한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소망은 우리 나라 진단검사의학이 진단검사와 연구에 있어서 세계 최고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실질적인 우수한 연구가 독려되며, 개발되고 도입된 새로운 검사들이 각 병원에서 검사에 적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협력하여 최선을 다하면 실현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65세를 넘어 정년을 지내고 보니 아래 4가지가 “조화로운 삶”에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 1건강,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운동이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합니다.
  • 2믿음, 인간은 약한 존재라고 여깁니다. 저는 큰 고비 때마다 믿음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종교든 신실하게 믿고 있으면 어려운 상황이 덜 오고, 설사 온다고 해도 믿는 마음이 있으니 의연하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3가정, 육아와 양쪽 부모님 보살피기는 미룰 수 없는 현실에 닥친 큰 과제입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지혜롭게 마음, 시간, 비용을 써서 잘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 4취미생활, 이제는 100세 시대입니다. 65(60)세에 정년 퇴임하면 35(40)년이란 긴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업적 쌓으면서 일하고 가정을 돌보려면, 운동은 필수로 해야겠지만 다른 취미생활까지 잘하기는 무리입니다.
    취미생활은 정년 후의 꿈으로 여기고, 대신 늘 마음에 두고, 시야를 넓힐 기회가 있을 때 빠지지 말고 구경하며, 자료들을 모을 수 있습니다. 마음 속에 자기만의 즐거운 꿈을 하나 심어 놓는 것이지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오랫동안 일하고(진단혈액분과위원장, 편집이사, 학술이사, 교육이사, 교과서편찬위원장, 감사, 회장), 공부하며 연구한 경험을 돌이켜 보며 진단검사의학 발전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9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 1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의들에게는 언제나 신속 정확한 검사 결과가 필수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중환자실 및 일반 병동에서 입원하면서 느낀 바로는, 생각보다 임상의들은 진단검사에 훨씬 크게 의지하여 환자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질환별 프로토콜에 따라 검사를 처방하고, 환자 상태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바로 진단검사와 영상검사를 실시합니다. 영상검사는 자주 해야 하루 한 번 정도 찍지만, 진단검사는 중환자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채혈합니다. 임상의들에게 검사 결과가 없다면 사소한 치료 결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검사 결과가 늦게 나오면 그만큼 치료가 지연되고, 만에 하나 검사 결과가 잘못 되었고 그 결과를 임상의가 믿고 치료에 들어간다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철저한 정도관리(채혈, 검체 운송 및 보관 과정, 장비 및 시약, 검사 관련 지식 및 측정법에 숙련된 인력, 검사과정 및 결과 보고의 오류 방지)와 의심 질환 및 환자 상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신속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TAT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검사 시스템(채혈 및 검체 운송 과정, 장비, 시약 및 검사법 선택, 인력과 공간 구성의 효율적 배치, TAT 모니터링)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 2 최근에 발표된 표준화된 지식(Clinical &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 [CLSI] guidelines;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guidelines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 3 AI등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 혁신을 이용(image analyzer등)하고 이를 선도해 나아가야겠습니다.
  • 4 실용적 검사법을 개발하고 이를 빠르게 도입하며, 질환의 병태생리 및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 후 추적 검사법을 개발하고 이를 임상의에게 소개하여 진단과 치료 후 추적 검사에 이용해야겠습니다.
  • 5 진단검사의학 각 세부 분야에 대한 각 분야별 전문가층을 두껍게 형성하여 공동연구를 시도하면 좋겠습니다(한 병원 검체로는 연구를 하기에 대상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 6 검사 후 잔여검체를 보유하고 있는 진단검사의학은 잔여검체를 이용하여 비교적 손쉽게 연구 물질을 확보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데, 대부분 기관 내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에서는 환자의 동의를 구하라고 합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환자를 만나서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루틴 검사를 위하여 채취된 검체의 잔여검체는 동의서 면제를 해야 하고, 연구 시 검사를 처방한 임상의를 되도록이면 공동연구원으로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귀한 잔여검체가 필요한 연구에 사용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환자 동의 없이 검사 후 잔여검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대외적 선언이 타당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7 새롭게 출현한 질환(COVID-19등)에 대하여 빠르게 대처(최신 지식 습득, 관련된 검사 set-up, 검사 표준화, 검사 결과를 모아서 공유 및 논문 작성 등)하여 세계 진단검사의학을 선도하면 좋겠습니다.
  • 8 우리가 언제까지나 외국에서 만들어진 장비와 시약을 써야할까요? 우리나라의 첨단 산업기술의 국제적 위상은 탁월하고, 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셋(우수한 진단검사의학 전문가, 탁월한 첨단 산업 기술, 발달한 바이오산업)을 결합하여, 우리의 시장이 작으므로 수출에 역점을 두고 더욱 앞선 또는 독창적인 진단검사 장비와 시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 9 영어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하여 영어 문헌을 빨리 읽어야 하고, 영어로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논문을 써야 하며, 국제학회에서 영어로 발표를 잘 하고 토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또한 세계 최고의 진단검사의학 전문가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누구에게나 하루가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인생은 끝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검사의학은 영원합니다. 단지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바뀔 뿐입니다.

  • 1 우리의 목표(미션, 비전, 핵심가치)는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검사를 통해 최상의 진료를 추구하는 것,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 양성과 학술 활동과 연구개발을 통해 진단검사의학을 발전시킴으로써 의학과 의료 발전에 공헌하여 환자의 완치 및 좀 더 나은 삶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현명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어느 순간 세계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의 진단검사의학은 발전할 것입니다.
  • 2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중심으로 지혜롭게 업무 및 연구를 분담(세부 전문별로 선택과 집중)하여, 즐겁고 재미있게 협력 하여 일함으로써, 자신의 업적을 쌓으며 진단검사의학을 발전시키시길 바랍니다.
  • 3 또한 감사가 행복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서로 감사하며 도와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이후에도 무한히 발전하는 대한민국 진단검사의학회의 미래를 그리며, 최선을 다하여 일하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돕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회원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그동안 진단검사의학을 같이 공부하고 일했던 학회원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