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보존위원회 기획연재

혈액응고의 초기 측정방법

Laboratorian Interview 위원회 Special

기획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역사보존위원회
편집 ㈜성현메디텍 진단검사의학 역사전시관

현대의학에서 혈액응고 검사는 혈액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수행하는 중요한 진단검사의학 행위 이다. 현재는 다양한 첨단기술과 방법들이 혈액응고 검사에 활용되고 있지만 혈액응고에 대한 검사방 법들이 진단에 활용되기 위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비록 신뢰도가 낮긴 했지만 혈액응고 현상에 대한 시간적 평가를 위해 다양한 도구와 보조적 물질들을 사용했다.

혈액응고에 대한 역사적 기술로는 기원전 2600년경 고대 중국 최초의 통치자들 중 세 번째로 알려진 전설적인 황제 황티(Huang Ti, 黃假)가 처음으로 피부를 천자한 후, 혈액이 흐르는 시간을 측정하였 다는 내용이 황제내경(黃帝內徑)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로마 시대의 해부학자이자 의사였던 갈레노 스(Claudios Galenos, AD 129~216)는 신체 내〮외의 혈액응고에 대해 혈전(thrombus)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혈액의 유동성이 생명의 속성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에는 이탈 리아의 생리학자인 마르첼로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가 혈액 응고물을 물로 세척하여 찾아낸 백색의 섬유질을 혈전의 기본구조인 피브린(Fibrin)으로 기술하였다는 기록과 존 헌터(John Hunter, 1728-1793)와 윌리엄 휴슨(William Hewson, 1739-1774)의 혈액응고 실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혈액응고기전에 대한 본격적인 과학적 연구의 시작은 19세기로 들어서면서 루돌프 피르호 (Rudolf Virchow, 1821-1902)와 알렉산더 슈미트(Alexander Schmidt, 1831-1894)의 피브리노겐 (Fibrinogen)과 피브린(Fibrin)에 대한 실험연구라 할 수 있다. 이 후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혈액응고 인자들과 혈소판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근대적인 혈액응고 이론을 완성시킨 연구자는 폴 모라위츠(Paul Morawitz, 1879-1936)이다.

이와 같은 혈액응고 기전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혈액응고의 시간적 평가가 다양한 질병들을 평가하는데 유의하게 이용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혈액응고시간을 평가하는 시험을 수행했다. 이 중 많은 수정을 거쳐 논문 또는 교재에 게재되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데, 1878년 칼 폰 비에로트(Karl von Vierordt, 1818-1884)가 개발한 Vierordt's method, 1893년 알름로스 라이트(Almroth E Wright, 1861-1947)가 고안한 Wright's method, 1897년 토마스 그레 고르 브로디(Thomas Gregor Brodie, 1866-1916)와 러셀(A. E. Russell)이 함께 개발한 Brodie & Russell’s method-응고기구를 사용한 방법-이다. 브로디와 러셀의 응고기구는 1908년 보그(Bogg) 와 토마스 아디스(Thomas Addis, 1881-1949)가 이를 개선하면서, 기구의 가격이 낮아지고 정확도가 높아졌다. 이 시기의 혈액응고 시간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여러 조건들이 혈액 응고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인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사의 정확도를 위해 고려된 요소로는 상처 위로 흐르는 혈액이나 상처에 붙은 이물질, 검사에 사용한 혈액의 양, 검사에 사용된 검사기구의 형태 및 혈액 검체의 온도 등이었다.

초기에 사용한 가장 간단한 응고검사 방법은 깨끗한 유리 슬라이드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젤라틴화가 나타나는지 바늘로 끌어당기며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이보다 더 개선된 방법으로는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신선한 혈액방울을 슬라이드 위에 놓고 커버 글라 스로 덮은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한 섬유소가 나타나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피브린 (Fibrin) 흔적이 최초로 인식되면 그 시간을 응고 시간으로 평가하였다.

1878년 비에로트(Vierordt)가 고안한 방법은 혈액 한 방울을 유리모세관에 넣은 후, 알코올과 에테 르로 세척된 백마의 털 조각을 모세관 안으로 넣고 일정 간격을 두고 위아래로 움직여 혈액이 털에 붙으면 응고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이 후 완전히 응고가 일어나 털에 혈액이 붙지 않는 시간을 응고시간으로 정의했다. 1893년에 알름로스 라이트(Almroth E. Wright)는 정밀하게 보정한 유사한 몇 개의 모세관으로 구성된 장치를 제작하여 응고검사를 시행했다. 혈액을 모세관 안에 넣고 혈액이 내강에 달라붙을 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모세관에 혈액이 유착되는 정확한 순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튜브에 바람을 부드럽게 불어넣어 모세관 내 혈액 컬럼을 수시로 이동시켰다. 즉 공기바람에 의해 혈액의 움직임이 없을 때 혈액이 응고되 었다고 평가했다(Fig. 1).

Fig 1 Wright’s coagulometry, 1893

Wright의 응고시험에 사용된 튜브와 물통: 가죽 자켓으로 물통을 만들고 온도를 37℃와 18.5℃로 조절하여 사용했습니다. 6-8개의 실험 튜브와 온도계를 꽂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혈액응고 상태(coagulability)를 확인하는 검사방법은 손가락을 천자하여 6-8개의 ordinary tube 에 혈액을 넣고 손가락 천자 후 2분 후부터 차례로 tube에 공기를 불어넣었다. Ordinary tube 의 혈액이 응고되어 더 이상 공기로 배출할 수 없을 때까지 초단위로 측정하였다. 응고가 되면 검사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였고 경과한 시간을 "응고 시간"으로 평가하였고, Wright는 이 방법을 coagulometry라 기술했다. 이 방법은 1907년 J.P. McGowan (Fig. 2)과 1913년 Biffi-Brooks coagulometer (Fig. 3)으로 개선되었다.

Fig 2 McGowan’s Coagulation Instrument, 1907

검사방법은 먼저 길이 6인치, 직경 1.5mm인 모세유리관 3개에 손가락을 천자하여 혈액을 채운다. 원통형 용기에는 물을 미리 채워 20℃로 맞춘 후 혈액을 넣은 모세유리관을 꽂고 8분 후부터 모세유리관 끝에서 약 ½인치 떨어진 곳에 흠집을 내어 이곳을 손가락으로 절단하여 fibrin이 형성되었는지를 확인한다. 피브린 (Fibrin)이 형성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고, 피브린은 일반적으로 15~20°C에서 7~9분 사이에 나타난다.

Fig 3 1913년 McGowan의 업그레이드된 혈액응고기구

Original Biffi-Brooks coagulometer(왼쪽)과 H.C. Carpenter와 J. C. Gittings가 수정한 Biffi-Brooks coagulometer(오른쪽)

1897년, 브로디(Brodie) 와 러셀(Russell)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습식 챔버 수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유리로 원뿔 모양을 만들고 그 끝에 혈액방울을 묻힌 후 이를 챔버 수조에 덮고 원뿔에 붙은 혈액방울을 공기로 부드럽게 이동 회전시키면서 혈액응고 여부를 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했다. 이장치는 복잡하고 제작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Fig. 4).

Fig 4 Brodie and Russell Instrument, 1897

M: 물의 층; E: 유리판; AA: 공기 챔버; WW: 워터 재킷으로 챔버를 둘러싸고 있음, 워터 재킷에 대한 유입 및 유출 튜브를 사용하면 공기 챔버의 온도를 변경할 수 있음; G: 상부의 움직이는 유리 슬라이드 챔버는 닫음용으로 사용; C: G 가운데에 거꾸로 달린 유리 원뿔, 아래 B 부분에 혈액을 묻힘; 금속 튜브 T가 워터 재킷을 관통하는데 안쪽의 유리튜브 D의 미세한 구멍 P를 원뿔 C의 아래쪽 혈액이 묻은 부분을 향하게 함.


이 기구를 사용한 검사방법은 유리판(G)을 열고 C 원뿔의 아래쪽 표면을 혈액 방울에 조심스럽게 담그고 표면 전체가 혈액에 정확하게 적셔지게 한다. 그런 다음 공기 챔버의 위에 올려 놓는다. 튜브 D 를 통해 부드럽게 공기를 불어넣음으로써 혈액이 움직이게 되고 이를 저배율 현미경으로 관찰합니 다. 응고의 첫 징후는 혈액 방울의 둘레에서 응고가 시작되는지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응고 시작시간과 완성시간을 보고하였다.

“약 3분에 응고가 시작되며 8분이면 완전히 응고가 완성되었습니다.”

브로디와 러셀의 장치는 이후 여러 연구자에 의해 수정되었는데 Guntzner와 J. H. Pratt에 의해 유리 원뿔이 없는 더 단순하고 저렴한 장치가 개발되었다. 보그(Bogg)가 더 개선된 장치를 1908년에 개발하였는데 이 장치는 주변으로 특정 온도의 물이 순환되어야 할 필요도 없었고 공기를 넣는 금속 튜브와 개선된 유리 원뿔의 이점을 가진다고 평가되었다 (Fig. 5).

Fig 5 Bogg’s coagulation instrument(왼쪽)과 응고가 일어나는 동안 세포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다이아그램 (오른쪽), 1908

챔버를 현미경 위에 올려 놓고 챔버에 연결된 고무 밸브를 사용하여 일정 간격으로 혈액 방울에 공기를 불어 혈액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저배율 현미경으로 혈구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응고는 혈구가 방사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다가 원래 위치로 되돌아갈 때 발생한다(그림 D). 응고 시간은 혈액을 천자한 시점부터 D와 같은 상태가 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한다. 정상인의 경우 5-7분이 걸렸다.

1908년 토마스 아디스(Thomas Addis)는 보그의 coagulometer를 추가로 개선하고, 측정 시 온도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을 추가했다. 파라핀 오일(paraffin oil)을 데워 응고 챔버로 보내, 검사 시 온도를 조절했다. 통 안의 오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통 아래에 가스버너를 설치하였고, 오일이 챔버에 일정하게 흐르도록 오일병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Fig. 6).

Fig 6 혈액응고시간 측정을 위한 Addis apparatus(왼쪽, 가운데)와 Bogg’s coagulometer 및 관찰현미경 단면 도형(오른쪽), 1908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는 있지만 초기의 혈액응고 측정장치를 보면 경외감마저 든다. 현대의 자동화된 혈액응고 검사장비가 탄생하기까지, 19세기부터 이루어진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측정장비가 그발판이 되었다고 본다. 당시 혈액응고 검사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노력은 21세기 첨단과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깨달음을 준다.

[참고문헌]
1. “Prof. Wright’s coagulometry,” Made Solely by Alfred E. Dean, 73, Hatton Garden, London, E.C, 1893
2. TG Brodie M.D., Lecturer on Physiology, and AE Russell, M.B., Medical Registrar, St Thomas’s Hospital Medical School. The determination of the coagulation-time of blood. J. Physiol. May 12;21(4-5):403-7. 1897
3. The coagulation time of the blood in man By T. Addis (From the Physiology Laboratory, University of Edinburgh.) 1908
4. Addis T. The ineffectiveness of calcium salts and of citric acid as used to modify the coagulation time of the blood for therapeutic purposes.
With a description of a modification of McGowan’s method of estimating the coagulation time of the blood. The British Medical Journal, Vol. 1, No. 2521:997-999. 1909
5. Cohen MS. The coagulation-time of the blood as affected by various conditions. Arch Intern Med (Chic). VIII(5):684-716. 1911
6. Carpenter HC, Gittings JC. The coagulation time of blood in infant and children. American journal of diseases of children. 5(1):1-17. 1913
7. Douglas S. Historical review - coagulation history, Oxford 1951-53. British J of Haematology 1996;107:22-32.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46/j.1365-2141.1999.01689.x
8. Derek D. Thomas Addis of Edinburgh (1881–1949) and the coagulation cascade: ’for the greatest benefit done to practical medicine’. British J of Haematology 2005;132:268-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