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순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국제화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한일임상병리학회가 한국과 일본에서 돌아가며 개최되었다(1976 - 88). 이 모임이 모태가 되어 ASCPaLM (Asian Society for Clinical Pathology and Laboratory Medicine)이 1990년 창설되어 2년에 한 번씩 학술대회를 개최해서 17차 학술대회가 2022년에 일본 고베에서 열렸다. 그리고 WASPaLM (World Association of Societies of Pathology and Laboratory Medicine)을 위시한 여러 학술대회를 간헐적으로 한국에 유치하였다.
2002년 3월 대한임상병리학회의 명칭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Korean Society for Laboratory Med-icine; KSLM)로 바뀌었다. Clinical Pathology가 Laboratory Medicine으로 영역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당시에 전문의 명칭도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Clinical Pathologist로 계속 사용하기로 하였다. Laboratory Medicine Specialist는 non-MD로, 그리고 Labora-tory Physician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오해할 수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MD only 진단검사 혹은 임상병리 전문의(Clinical Pathologist without Ana-tomic Pathology)로 구성된 학회는 아주 드물다. 미국에서는 Laboratory Medicine의 Director만 (Clini-cal) Pathologist이고 예하 부서의 책임자는 Clinical Chemist를 위시한 PhD인 경우가 많다(CLIA에서는 director는 MD가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non-MD 부서 책임자나 PhD들을 Labora-tory Medicine Specialist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와 같이 전문의 자격이 없이 검사실에서 일하는 의사를 Laboratory Physician으로 칭하는 것도 타당하다 하겠다. 급여로 치면 2배이상 높은 Clinical Pathologist를 버리고 Laboratory Medi-cine Specialist를 자신의 title로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국제화의 방향을 잡기 위해 여러 원로 선배님들을 찾아 뵙고 조언을 듣고 고민을 하였다.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 학회가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학회는 유럽식 각 분과별 학문이 아니라 미국식 전문의 제도로 여러 분과를 하나로 하고 있고 MD-only Society이고 해부병리가 배제된 임상병리 단독의 제도라는 점이다. 외국 학회의 사례를 연구하고 여러 선후배들을 찾아 다니며 면담하였다. 학회 국제화를 위한 워크숍이 열리고 발표를 하게 되었다.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던 것은 학술대회의 국제화, Journal의 국제화, 그리고 학회원의 국제화였다.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여러 방 중 한 방을 학술대회 내내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였고 추진되었다. 당시에는 학술대회 초록 및 포스터, 학술지의 초록도 한글이었다. 이를 모두 영문화를 추진하였고 약간의 저항 끝에 진행되었다.
2008년에 학회 집행진과 여러 회원의 노력으로 학회지가 한글 학술지인 상태에서 SCI-E에 등재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전면 영문학술지로 변경하였고 2012년에 Korean Journal for Laboratory Medicine에서 Annals of Laboratory Medicine (ALM)으로 개칭하였다. Korea에서 Asia로 가자는 의견과 지역 명을 떼자는 의견이 팽팽하였으나 결국에는 ALM으로 정하였다. 올해 Association for Diagnostics and Laboratory Medicine (ADLM) (전 AACC) 2023에서 학회와 학술지 명칭에 대한 이야기를 ADLM 간부들과 했고 ADLM의 second journal인 Journal of Applied Laboratory Medicine의 약자가 우리 학술지인 ALM 때문에 JALM으로 되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순간 순간 선택을 강요받던 시기에 학회를 이끈 선배 및 회원의 혜안에 감탄할 따름이다. 우리 학회의 second journal인 LMO도 한글 논문을 포함한 여러 논문을 싣고 자학회의 학술지 역할을 비롯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ALM은 올해 impact factor 4.9로 Q1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역을 뛰어넘는 개방성과 편집 이사를 포함한 관련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된다. 향후에도 계속된 발전을 기대한다.
2009년 봄학회를 준비하던 중에 민원기 교수에게 연락을 받고 조직위원회 모임에 참석하였다. 문제점은 한국바이오협회라는 단체가 CLSI (Clinical and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 국내대응기관이라는 내용을 언론에 낸 것이었다. 당시에는 우리 학회의 위상이 현재와 같지 않아 다른 단체와 주도권 경쟁이 있었다.
이런 내부 논의 후에 미국에 있는 CLSI와 이메일로 연락을 시작하였다. 2001년부터 NCCLS (CLSI의 전신)와 약간의 친분이 있던 나는 미국 지인들을 통해서 CLSI 부회장 중 한 사람과 연락이 되었다. 민원기 차기 이사장과 같이 시카고에서 열린 2009년 AACC Annual Meeting에서 EXPO CLSI booth에서 회의를 하였다.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KSLM이 Premier Pro-fessional Laboratory Medicine Society in Korea를 주장하며 한국진단검사의 대표성을 강조하였고 이를 Glen Fine CLSI CEO가 잘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곧 교육 및 CLSI 번역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였다. 2010년에는 CLSI 팀의 소개로 AACC와도 MOU를 맺고 협력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AACC를 KSLM의 counterpart로 정할 때는 미국 학회들을 분석하고 논의하였다. AACC가 American Association of Clinical Chemistry의 명칭으로 화학회이지만 거의 모든 진단검사 영역의 주제를 학술 대회에서 다루고 전시하고 학술지인 Clinical Chem-istry에 수록하였다. 그리고 AACC Annual Meeting 이 학술대회가 개최하는 가장 큰 전시회를 운영하고 진단검사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모이는 점도 감안 하였다. 같이 논의하던 CAP는 해부병리전문의가 90%인 학회이고 우리와 협조할 영역은 외부정도관리와 검사실인증 분야이다. ASCP (American Soci-ety for Clinical Pathology)는 주로 면허와 관련된 업무이고 임상병리사의 업무영역이 상당했다. 2023년에 AACC가 학회 명칭을 ADLM (Association for Diagnostics & Laboratory Medicine)으로 개칭 하였다. 그리고 AACC (ADLM)의 second journal인 JALM이 2017년부터 발간되었다. 우리 Journal 이름이 ALM인 것을 감안하면 우연 치고는 강력하다. Col-lege of American Pathologists (CAP)와도 학술대회를 이용한 협력이 진행되었고 실제 정부 관계 업무 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CLSI와는 표준문서 번역 사업을 진행하여 2023 현재 130권이 넘는 번역된 한글판 CLSI document가 전문의, 병리사, 공무원, 국내 진단검사 업체 등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표준 문서는 여러 관련 학회에서 표준의 소개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2010년부터 춘계 학술대회 (Spring Symposium)에 여러 국제화가 시도되었다.
먼저 AACC-KSLM Select Session, CLSI-KSLM Session, CAP-KSLM Session 및 유수의 해외 학회와 공동 심포지엄과 Plenary를 구성하였다. 상기한 대로 발표 포스터, 초록의 영문화와 영어 구연이 신설되어 진행되었다. 실제 하나의 방(Conference Room) 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초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제화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2016년 회장이 주관하던 추계 학술대회를 이사장이, 이사장이 주관하던 봄 학회를 회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한 후에 추계학술 대회를 Laboratory Medicine Congress & Ex-hibition (LMCE)로 명칭을 변경하고 국제학술 대회로 승격함에 따라 CLSI, American Associ-ation for Clinical Chemistry (AACC), CAP와의 MOU 체결을 통한 joint session을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추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학술 대회로 한발 도약하게 되었다. 매해 CLSI, AACC, CAP 및 다른 전문학술단체와의 공동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국가 들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2016년부터는 LMCE 학술 대회 프로그램에 Asia Session을 개설하여 9개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일본, 중국, 타이완, 태국, 미얀마) 과의 학술적 교류 및 현재 각국의 진단 검사의학 관련 현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LMCE란 학술대회 명을 정할 때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Korea, Asia와 같은 지역을 표시할 건지; 개방성을 강조할 건지; 아니면 다른 학회와의 차별 점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결론은 Labo-ratory Medicine을 살리고 Congress와 Exhibition을 동일한 중요도를 주는 대표성을 갖기로 했다. Congress와 Exhibition가 동일하다고 하는 점은 업계와의 만남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나도 2009년부터 학회 국제화를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LMCE2016을 진행하면서 그간 고민하고 의논하였던 내용이 모두 현실화되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LMCE session 중에 Asia Session이 있다. 대한임상병리학회 및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 협회도 초기에는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았고 특히 일본의 도움이 상당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주 가난한 나라부터 일본과 같이 부유한 나라가 있고 진단 검사 시스템도 다양하다. 같은 주제로, 예를 들어 진단 검사의학 교육, 9개국 혹은 10개국이 발표하고 토론을 하며 상호 이해를 높이고 각 나라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진단검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아시아 국가 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하여 MOU 체결을 실시하고 있다. 2018년에는 몽골 진단검사의학회 (Mongolian Association of Laboratory Medicine, MALM), 2019년에는 베트남의 Vietnamese Association of Clinical Biochem-ists (VACB)와 MOU 체결을 통한 학회간 교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에 설립된 학회 관련 재단인 진단검사 의학재단은 우수검사실인증사업을 하고 2017년부터 International Society for Quality in Health Care External Evaluation Association (ISQua EVA)의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도 2015년 ‘ISO 17043' 인증을 받아 협회가 명실상부한 국제공인 외부정도관리 사업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정도관리 및 검사실 인증을 국제화할 수 있는 기반들 갖추었다 하겠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조금 어색한 면을 보이던 학회원들도 국제화 시작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잘” 국제화가 되었다. 특히 젊은 전문의들의 어학능력 및 사고의 개방성 등은 이제는 우리 학회가 국제화된 학회이고 더욱 적극적인 국제활동을 준비할 때라고 생각한다. 국제화는 우리 학회의 경계를 넓히고 검사의학의 세계적 질서를 우리가 선도하는 노력이다. 이 글을 마치며 본인이 국제이사를 하는 동안 도와주신 여러 선배님, 동료 및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